저녁 산책길, 불 꺼진 창문 하나

meditation_dark_window_evening_walk.jpg

저녁을 먹고 나면 동네를 한 바퀴 걷는 게 일과입니다. 오늘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늘 지나치던 골목의 창문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며칠째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원룸이 많은 동네다 보니, 혼자 사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대학생도 있고, 나처럼 나이 든 사람도 있고, 형편이 어려워 혼자 지내는 젊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저녁이 되면 불 켜진 창과 꺼진 창이 나란히 서 있는 건 똑같습니다. 낮에는 잘 안 보이던 사실이, 어두워지면 창문 하나하나에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불 꺼진 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쓰였습니다. 저 안에 누가 있을까, 괜찮을까. 예전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어머니 일을 겪으면서 혼자 있는 사람들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찾아보니 춘천에는 나이대별로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춘천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65세 이상)

  • 대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기초연금수급자 중 돌봄이 필요한 독거·고령부부 가구
  • 내용: 안부·안전 확인(방문·전화), 말벗, 사회참여 프로그램, 생활교육
  • 신청: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 문의: 춘천시청 통합돌봄과 (033-250-4931)

춘천시 고독사 예방 사업 (청년·중장년)

  • 청년: '나와 함께 우리' 사업 — 마음회복·일상회복·관계회복 프로그램
  • 중장년: 춘천효자종합사회복지관 수행 — 이웃돌보미, 방문 심리상담, 집단 정서지원
  • 신청·문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또는 춘천시청 복지 부서

일상돌봄서비스 (19~64세)

  • 대상: 혼자 지내며 돌봄이 필요한 청·중장년, 가족을 돌보는 청년
  • 내용: 방문 돌봄·가사 지원, 심리 지원 등
  • 신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청년센터·복지관 추천으로도 가능)

어디에 물어야 할지 모를 때

  • 보건복지상담센터 129 (전화 한 통으로 안내)

한 사람 몫의 제도가 나이대마다 하나씩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문을 두드리기 전에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어머니 병원 일을 겪으며 배운 게 있다면, 제도는 아는 사람에게만 열린다는 사실입니다.

불 꺼진 창

저녁 산책길에 걸음을 멈춘다
익숙한 골목, 낯선 창문 하나
며칠째 같은 자리가 어둡다
그 앞에 잠시 서 있는다
불빛 대신 바람이 지나간다
누군가 저 안에 남아 있다
걸음을 다시 옮긴다
어둠 하나를 마음에 담고 걷는다
집에 돌아와 전화번호 하나를 적어둔다

"하나님이 고독한 자들은 가족과 함께 살게 하시며" (시 68:6)

혼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

혼자 지낸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65세가 넘었으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그보다 젊으면 일상돌봄서비스나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을 물어보면 됩니다. 기준에 맞는지 애매해도 괜찮습니다. 

담당자가 서류를 보고 판단해주니, 지레짐작으로 포기하지 않는 게 먼저입니다. 본인이 아니어도 됩니다. 가족이나 이웃이 대신 알아봐 주고 손을 잡아 이끌어도, 그 한 걸음이 시작이 됩니다.

창문 하나를 눈여겨보는 마음

멀리서 큰 도움을 주지 못해도, 지나가다 불 꺼진 창 하나를 눈여겨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혼자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조금은 달라집니다.

마음만 전하는 위로는 오래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는지, 누구에게 물으면 되는지, 그 구체적인 정보 하나를 함께 건네는 것. 그것이 진짜 동행이고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글의 전화번호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그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목련꽃 아래서 시작된 낯선 여행

무릎이 예전 같지 않은 날에

좁은 방에서 길어 올린 당신의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