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아래서 시작된 낯선 여행

눈부신 하얀 목련꽃잎 위로 겹쳐지는 구급차의 붉은 불빛, 낯선 길을 떠나는 어머니의 마른 손을 잡고 견뎌내는 어느 아침의 풍경

아침을 깨우는 목련꽃이 눈부시게 하얗습니다.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인데, 올해의 목련은 유독 서늘하게 빛납니다. 그 찬란한 꽃잎들이 지기도 전에 어머니는 119 구급차를 타고 예고 없는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익숙한 안방을 떠나 차가운 병원 응급실로 향하는 길은, 우리가 평생 마주해야 할 가장 낯설고 먼 길일지도 모릅니다. 어머니의 가쁜 숨소리가 사이렌 소리에 묻혀 사라질 때, 나는 비로소 그 봄의 한복판에 홀로 남겨졌음을 깨닫습니다.

"그가 너를 그의 깃으로 덮으시리니 네가 그의 날개 아래에 피하리로다 그의 진실함은 방패와 손 방패가 되시나니" (시편 91:4)

불안한 마음 한편으로, 이 낯선 길 위에서도 우리를 덮어주시는 분이 계심을 믿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어머니를 감싸 안은 것은 구급차의 차가운 철제가 아니라, 당신과 어머니를 지켜주시는 그분의 따뜻한 날개임을 잊지 마세요.

하얀 목련이 지는 아침

목련꽃 벙글어지는 아침
어머니는 낯선 바퀴 위에서
꽃잎 같은 눈꺼풀을 닫고 길을 떠난다

아파트 담장을 넘던 순백의 꽃들이
구급차 뒷유리에 부딪혀
파르르 몸을 떨며 흩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손끝에 닿아 있던 따뜻한 밥상과
오후의 햇살은 갈 곳을 잃고
응급실 문턱에서 서성인다

굽은 등 뒤로 짊어지고 오신
한평생의 봄날이
속절없이 차가운 기계음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나는 그저 창백해진 당신의 손을 잡고
이 낯선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차마 묻지 못한 채
목련 지는 소리만 가만히 귀로 듣는다

당신의 오늘과 함께하는 쉼표

응급실의 공기는 낯설고 차갑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잡고 있는 그 손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구명줄입니다. 어머니가 삶의 가장 낯선 정거장에 멈춰 서셨어도, 당신이라는 존재가 곁에 있다면 그곳은 더 이상 두려운 공간이 아닙니다. 지금 어머니는 고통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을 느끼며 잠시 숨을 고르고 계신 것입니다. 오늘 당신이 겪어내고 있는 이 아픔은, 어머니의 삶을 지탱해온 가장 깊은 뿌리임을 잊지 마세요.

마음 나누기

Q. 예고 없는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너무 큽니다.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A. 미래의 이별을 미리 당겨와 오늘을 망치지 마세요. 오직 지금, 어머니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 하나에만 마음을 다하세요. 훗날 당신의 기억 속에는 슬픔보다는, 어머니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당신의 그 거룩한 사랑이 더 선명하게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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