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에서 길어 올린 당신의 내일
노량진 학원가, 박문각과 공단기 빌딩의 불빛이 하나둘 꺼질 무렵이면 사육신공원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유독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0.5평 남짓한 고시원, 창문조차 없는 방에서 7년을 보낸 당신의 등은 이제 굽은 나무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렸겠지요.
끼니마다 편의점의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허기를 메우며 노량진역의 인파 속을 헤맬 때, 당신은 늘 외로운 섬처럼 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그 좁은 방 벽지에 배어든 당신의 땀방울과 눈물은 결코 헛된 얼룩이 아닙니다. 당신이 견뎌온 그 시간은 이미 당신이라는 사람을 누구보다 귀하게 빚어놓았습니다.
노량진의 낮은 묵묵하고 밤은 뜨겁다
노량진 고시촌의 창문 없는 방은 수많은 이들이 미래를 향해 스스로를 가두고 견뎌내는 치열한 연구실입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없기에, 오히려 당신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하지만 끈질긴 불빛이 더 선명하게 타오를 수 있는 공간이지요.
7년의 시간 동안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채워온 끼니들은 단순한 허기를 넘어, 당신이라는 사람의 기초를 다지는 단단한 벽돌이 되어 미래를 분명하게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고시촌의 좁은 복도에 울리는 옆방의 기침 소리와 타자 소리조차도, 지금 이 순간 같은 꿈을 꾸며 견디고 있는 동료들의 거친 숨소리임을 기억하세요.
새벽을 기다리는 방
주님께서는 마음이 부서진 사람에게 가까이 계시고, 낙심한 사람을 구원하여 주신다. (시 34:18)
당신의 오늘과 함께하는 쉼표
7년이라는 시간은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일과 같습니다.
학원 계단을 오르내리며 무거워진 종아리, 라면으로 때운 끼니 때문에 자주 속이 쓰리고 머리가 멍해지기도 하겠지요.
볕이 들지 않는 방은 때로 당신의 의지마저 눅눅하게 만들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늦은 것이 아니라, 당신만의 속도로 아주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입니다.
노량진의 그 많은 사람 중에서도 당신만큼 자신의 꿈을 위해 매일 정직하게 자신을 깎아낸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당신께 닿고 싶은 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이 그만큼 현재의 삶에 진심이기 때문입니다.
시험 합격이라는 목표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7년 동안 당신이 보여준 성실함은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당신을 지켜줄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7년을 실패라 말할지 모르나, 당신의 곁에 있는 나는 이것을 길고 긴 단련의 시간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오늘 밤, 컵라면 하나로 저녁을 대신하더라도 당신의 영혼만큼은 누구보다 풍성하게 채워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