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드렁니 가리던 입은 열렸지만 웃음은 드뭅니다
거울 앞에서 이를 닦다가, 위쪽 앞니 자리가 텅 빈 걸 다시 봅니다. 손가락으로 그 자리를 한번 쓸어보았습니다. 입을 다물지 않아도, 더는 가릴 것이 없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앞니가 뻐드렁니였습니다. 웃으면 그게 먼저 보일까 봐, 입을 꾹 다물고 살았습니다. 동무들 사이에서도 말없이 듣기만 했습니다.
너는 왜 그렇게 말이 없냐, 핀잔을 들은 날도 많았습니다. 저는 그저 입을 벌리는 일이 두려웠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무뚝뚝함으로 읽었습니다.
사진 찍을 때도 입을 다물고 웃었습니다. 졸업 사진 속 제 얼굴은 늘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그 시절 다물었던 입은, 부끄러움을 가리려던 입이었습니다. 지금 그 자리가 비어 있다고 해서, 그 시절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가리던 것이 사라진 자리에 웃음은 그대로 오지 않는다
이제는 그 앞니마저 빠지고 없습니다. 입을 벌려도 가릴 것이 없으니, 손으로 가릴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웃을 일이 드뭅니다. 가리던 것이 사라지면 웃음도 절로 따라올 줄 알았는데, 입은 열렸어도 웃음은 다른 자리에서 천천히 옵니다.
어머니 곁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웃을 틈보다 챙길 일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도 가끔 어머니가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에 픽 웃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이 전보다 더 크게 느껴집니다.
빠진 앞니
가리던 이가
빠지고 나니
입은 열렸는데
웃음은 아직이다
말 없던 시절엔
이 하나가
부끄러웠다 했지만
사실은 다른 것이었다
비어 있는 자리로
숨이 드나든다
오늘
그 자리로
작은 웃음 하나
들어올지 모른다
여호와는 외모를 보지 아니하고 그 중심을 보느니라. (삼상 16:7)
오늘 입가에 머무는 시간
입안이 헐거나 마를 때는 물 한 모금을 천천히 머금어 보세요. 빈자리가 시리다면 따뜻한 쪽으로 음식을 옮겨 씹으세요.
말을 오래 참아온 턱은 의외로 굳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입을 작게 벌렸다 다물기를 몇 번 반복해 보세요. 무리해서 웃지 않아도 됩니다. 입을 벌리는 연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말 없던 사람도 웃을 자리가 있다
오래 입을 다물고 살았다면,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이 된 게 아닙니다. 가릴 것이 많아서 잠시 미루어 둔 것뿐입니다.
가리던 것이 사라졌다고 웃음이 한꺼번에 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작은 한마디, 작은 장면 하나에 픽 웃게 되는 순간은 여전히 찾아옵니다.
졸업 사진처럼 입꼬리만 올리던 웃음도, 이제는 조금씩 입을 벌리는 웃음으로 바뀌어 갑니다. 늦었다고 여길 일이 아닙니다.
오늘 누군가 말이 없다고 무뚝뚝하다 여겨졌다면, 그 안에 가려둔 부끄러움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 사람의 웃음도, 언젠가 비어 있는 자리로 조용히 찾아올 것입니다.
